알쓸신잡/잡학

어떤 배운 사람이야기

푸름^^ 2023. 11. 6. 08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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군대 가기 전, 저는 신촌의 한 술집에서
서빙 알바를 했습니다.

한 번은, 테이블 주문을 받는데, 한눈에도 명품으로 치장한 남녀가 앉아 있었습니다.

그날따라 손님이 많았습니다.

제가 아마 주문을 잘못 이해했었던 것 같습니다.

그 테이블에 잘못된 안주가 나갔습니다.

그러자 남자는 대뜸 저를 째려보며 욕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.

"아 ㅆㅂ"

그러자 여자가 덩달아 한마디를 했습니다.
그 말이 아직도 잊어지지가 않습니다.

"ㅆㅂ. 이래서 못 배운 것들은 안된다니깐.
음식 주문하나 제대로 못 받잖아.
짜증 나 오빠. 내가 여기 오지 말자고 했지?"

순간, 얼굴이 빨개지더니,
온갖 생각이 들었습니다.

내가 못 배웠는지, 잘 배웠는지 그들이
어떻게 안단 말인가?
내가 이런 말을 들어도 되는 사람이던가?

한참  내성적일 때였습니다.
저는 많이 당황했습니다.
시뻘게진 얼굴로 이내 여러 번 사과했습니다.

"죄송합니다. 손님. 죄송합니다.
빠르게 다시 가져오겠습니다"

그렇게 허둥지둥 중일 때, 옆 테이블의
어떤 나이가 드신 부부가 조용히
저를 불렀습니다.

"오히려 잘 되었네요. 저희가 그 안주
시키고 싶었어요. 이 테이블에 놓아 주세요"

아직도 기억나는데, 그 테이블에는 아직 다 먹지 않은, 같은 안주가 놓여 있었습니다.

그저 고마웠습니다.

"감사합니다. 감사합니다. 손님"

그분들에게 안주를 드리면서 이내
감사 인사를 올렸습니다.

그 노부부는 그저 씽긋 웃을 뿐이
었습니다. 30분 정도 지났을까요?

노부부가 계산을 하고 나가시면서
저에게 쪽지를 건넸습니다.

그 쪽지에는 세련된 필기체로
이런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.

"당신이 배운 사람입니다"

그 쪽지를 너무 오래 봤을까요.
눈물이 앞을 가린 걸까요.

고개를 들어보니 그분들은
이미 자리를 떠나고 없었습니다.

그 쪽지는.. 그럼에도 내가 괜찮은
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.

그 쪽지가 그 시절의 나를 살아 있게 했습니다.

저는 그 쪽지를 한동안 간직했습니다.

같은 말이지만
누군가의 말은 사람을 살리고,
누군가의 말은 사람을 죽입니다.

우리가 말을 하는 것은 침묵보다
낫기 때문입니다.

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
나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.

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나의 수준이고
나의 품격입니다...

당신의 '品格' 응원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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